2022-23 시즌이 끝난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이제와서 시즌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사실, 후반기 경기는 제대로 본게 없어서 쓰지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생했었던 고질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강등이 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꼭 되짚어보고 싶었다. 이미 시즌이 끝난지 한 달이 더 넘게 지났기 때문에 내 감정도 어느정도 추스릴 수 있었다.
사우스햄튼의 2022-23 시즌은 뭐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3번의 감독 교체" 그리고 "유망주 영입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사우스햄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골골거리면서 버티다가 강등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구단주의 교체
사우스햄튼은 립헤르 가문이 운영을 하다가 2017-18 시즌 쯤에 구단주가 주식의 80%를 중국인 까오지셩에게 넘겼다. 까오지셩이 사우스햄튼을 인수한 이유는 당시 중국이 축구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단이 인수가된 이후 중국은 더이상 축구 산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당국이 결정을 내렸고, 까오지셩은 사우스햄튼을 인수한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사우스햄튼은 그야말로 엄청난 암흑기를 겪기 시작했다. 까오지셩은 구단 인수를 100% 은행 대출로 했고 구단 운영에 단 하나도 신경쓰지 않았다. 구단에 대한 투자도 단 한푼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사우스햄튼은 선수를 팔아서 얻은 자금으로만 구단 운영이 가능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구단 매각에 대한 이야기가 슬슬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미국인인 "다 그로사"였지만 까오지셩이 손해를 보기 싫어서 매각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2021-22 시즌을 까오지셩과 함께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시즌 중에 갑자기 구단 인수가 급물쌀을 타기 시작했고 2022년 1월에 구단 인수가 최종적으로 이루어졌다. 까오지셩은 더이상 은행 이자를 갚는게 버거웠는지 고작 100m 이라는 돈으로 구단을 팔아버렸다. 구단이 코로나 기간 동안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서 대출한 76m이라는 돈을 새 구단주가 처리해주기로 한거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200m에 가까운 돈이었기는 했다.
새롭게 들어온 구단주는 세르비아 사업가인 드라간 솔락과 브렌트포드FC의 공동 디렉터로 일을 하고 있었던 라스무스 안케르센, 그리고 또 다른 덴마크 사업가 헨릭 크라프트였다. 드라간 솔락이 쩐주 역할을 맡았고 라스무스 안케르센과 헨릭 크라프트가 런던에 "스포츠 리퍼블릭"이라는 회사슬 세워서 구단을 인수했다. 인수 직후에 사우스햄튼 팬들은 모두 환호했고, 2022년 1월부터 3월까지는 하센휘틀의 전성기로 승점을 쓸어 담고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유럽대항전을 가나 싶었지만 왓포드한테 패배하면서 슬슬 말리기 시작하더니 후반기에는 완전히 꼬라박았다. 시즌 중반기에 간신히 끌어놓은 승점으로 강등을 면했다. 이로 인하여 하센휘틀의 거취 문제가 불거졌다. 이적시장이 시작되면서 하센휘틀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들려오는 소식은 하센휘틀이 다음 이적시장을 지휘한다는 것이었으며, 구단주가 하센휘틀을 전적으로 지원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의 실패
2022-23 시즌을 맞이하면서 팬들 역시도 하센휘틀의 경질에 관한 의견이 갈렸다. 어떤 팬은 경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어떤 팬은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모두 일리있는 이야기였다. 전자의 주장은 하센휘틀이 이제 번아웃에 도달했고, 구단을 4년정도 맡게 되면서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지 못했으니 이만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자는 하센휘틀이 이적시장을 단 한번도 제대로 보내지 않았으므로 이번 이적시장에서 전적으로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결정을 두고 보드진은 하센휘틀 잔류를 결정했다. 내부인사들도 하센휘틀 경질을 두고 의견이 갈렸으나 구단주이자 이 팀의 디렉터인 라스무스 안케르센의 입김이 강하게 불었다. 그는 하센휘틀에게 다음 시즌 지휘봉을 주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안케르센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하센휘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있었던 것도 있었겠지만 사실 구단주가 바뀌었다고 해서 감독을 갑자기 자른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작년 여름에 났었던 카줌바의 뉴스와 나중에 나온 디 애슬레틱의 기사를 보면 이미 선수들은 하센휘틀에게서 돌아섰던 타이밍이었다.
하센휘틀은 선수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불만이 매우 많았다. 하지만, 팬들이 보기에 하센휘틀은 어떠한가? 하센휘틀을 경질해야 한다는 팬들조차도 하센휘틀을 진정으로 극혐해서 나가라는 사람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중론이었고, 하센휘틀을 지지하는 팬이 50%가 넘어갔기 때문에 구단주 입장에서는 당장 하센휘틀을 자르기란 쉽지 않았다.
하센휘틀이 이 팀에 대한 공로가 있었기 때문에 섣부른 선택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하센휘틀은 잔류했다. 하지만, 문제는 구단주가 하센휘틀에 대한 전적인 지원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센휘틀이 원했던 것은 10대 후반 20대 극초반 선수들로 이루어진 스쿼드가 아니었다. 하센휘틀은 20대 중반에 어느정도 5대 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원했다. 어린 선수을 사는 것에 반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하센휘틀이 원했던 선수는 게히, 올리세 등 나름 입소문이 난 선수들이었다.
분명 구단 언플로는 이제 어린 선수들만 사는 것이 아니라 스쿼드의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험있는 선수도 산다고 했다. 하지만 여름 이적 시장 내내 나온 것은 맨시티 소속의 유스들이었다. 심지어 이 거래도 전적으로 을의 위치에서 하는 것처럼 셀온, 바이백, 우선협상권을 싹 다 달고 왔다. 시티에서 데려온 선수들만 해도 라비아, 에도지, 바주누, 라리오스 등 4명이었다. 여기에 더불어 보르도에서 갑자기 세쿠 마라를 영입했다. 제일 급한 위치가 스트라이커였는데 뜬금없이 유망주를 영입한 것이다.
안케르센은 이러한 영입이 자신들의 철학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단이 해야 할 위치가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클럽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명 "도르트문트 모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하게 망했다. 이런 이적시장을 보내고 나서 여러 기자들이 강등을 걱정했다. 프리미어리그를 단 한시즌도 치루지 못해본 어린 선수들이 리그경쟁에서 살아남는 경리를 보여주기란 어렵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멘탈적인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사우스햄튼이 강등권에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선수들이 아무리 리그에서 뛸 시간을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도 강등 위기라는 스트레스와 상황 직시를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다.
겨울 이적시장의 실패
여름 이적시장에 쓴 돈만 거의 100M에 가까웠지만 대부분은 헛짓거리고 끝났다. 강등을 당하면 프리미어리그 중계로 받을 수 있는 큰 돈이 없어지고 구단 가치도 하락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드라간 솔락이 주머니를 풀어서 겨울 이적시장을 지원해줬다. 하지만, 역시나 실패했다.
겨울이적시장은 여름이적시장의 실패와는 조금 다르다. 여름 이적시장은 지나치게 아카데미 선수들만 사서 실패를 했다고 한다면 겨울 이적시장은 목숨이 위태위태한 감독을 믿고 그 감독에 맞는 선수들을 사줬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센휘틀이 11월에 경질이 된 후 월드컵으로 인한 프리시즌을 맞이했다. 네이선 존스에 대한 우려감이 많았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네이선 존스는 겨울 이적시장을 보낼때까지 에버튼 경기 단 하나만 이겼도 나머지 경기는 싹 다 졌다. 인터뷰로는 팬들이랑 싸우고 있었고 구단의 리그 순위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팬들은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구단주는 존스를 믿겠다며 굳이 그에게 돈을 써가면서 이적시장을 지원해줬다. 3백에 뻥축을 하는 감독이었기 때문에 센터백을 한 명 더 데려와야 했고, 뻥축에 최적화된 키 큰 오누아추를 영입했다. 거기다가 가짜 윙어들만 가득해서 술레마나라는 윙어까지 하나 클럽레코드를 주고 데려왔다. 게다가 루턴에서 있었던 충신도 한 명 영입했다.
결과는..? 겨울 이적시장에 쓴 돈이 첼시 다음으로 많다. 여름이랑 겨울 합해서 150m이라는 거금을 들였지만 라비아를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다. 겨울 이적시장 선수들은 전부 다 실패했다. 그리고 이적시장이 닫힌지 얼마 되지 않아서 네이선 존스가 경질되었다. 이미 목숨이 위태로웠던 네이선 존스를 믿고 겨울 이적시장을 준비한게 문제였다. 네이선 존스에게 맞는 선수를 사주다 보니 이 선수들의 위치가 어정쩡해졌다. 결국 수코인 루벤 셀레스가 감독을 맡기 시작하면서 4백으로 다시 돌아갔고 겨울 이적시장에 사온 선수들은 거의 기용되지 않았다. 돈만 날린거다.
2번의 이적시장을 멍청하게 보낸 결과 경기력은 망했고 스쿼드는 분열되었다. 결국 이런 이적시장을 보냈다는 것이 강등이 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 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안케르센"이다. 브렌트포드에서 경력을 쌓은지 오래된 양반이 이런 식의 구단 운영을 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는 다음 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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